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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조선의 古에 대한 이야기

   단군신화에 대해선 여러가지 버전이 있지만 가장 유명한 건 삼국유사의 단군신화일 것입니다. 삼국유사는 삼국사기에서 빠진 삼국시대이야기를 전설과 불교설화위주로 취합한 책입니다. 크게 역사를 다루는 왕력편과 기이편, 불교 관련 설화를 다루는 흥법, 탑상, 의해, 신주, 감통, 피은, 효선으로 구성됩니다.
    기이편 첫번째로 나오는 것이 고조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이편 고조선조의 기사를 보면 중국의 위서와 우리측 기록으로 보이는 고기를 인용해 각각의 단군신화버전을 소개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기이편의 첫번째 기사 제목이 조선이 아니라 고조선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학교다닐 때 고조선을 배우는 데 조선에 고가 붙은 건 단군이 세운 조선과 이성계가 세운 조선을 구분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고조선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용어이며 일연이 삼국유사를 썼을 때는 아직 고려시대였습니다. 즉 이성계가 조선을 세울지는 이 시대사람들은 몰랐다는 소리죠. 그래서 삼국유사에서 나온 고조선은 이성계의 고조선과 구분하기 위해서 쓴 건 아니라는 거죠.


삼국유사 기이편 첫번째 기사인 고조선조. 제목이 조선이 아니라 고조선이다. (출처 : 우리역사넷)


   그럼 조선이 아니라 고조선이 본래 용어이지 않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왜냐하면 삼국유사 고조선조는 제목이 고조선이고 본문에는 조선이란 말이 나옵니다. 삼국사기에도 고조선이 아닌 조선이란 말이 나오고 고려시대 오등작제도의 첫번째 등급인 국공 중 조선국공이 있는데 고조선국공이 아님에 주목해야합니다. 고조선의 고자는 무언가와 구분을 짓기 위해 붙인 접두사라고 봐야 합니다.

    그럼 어떤 조선과 구분했냐를 살펴야 합니다. 그런데 답은 의외로 간단히 나옵니다. 바로 위만조선입니다. 기이편 고조선조는 기자가 고조선에 봉해졌다는 구당서 배구열전의 내용을 인용하고 통전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는걸로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에 위만조선을 제목으로 한 위만조선조 기사가 나오죠. 즉 조선이란 명칭이 같은데 조선의 통치자가 단군, 기자, 위만인지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일연은 단군과 기자가 다스린 조선을 연속성이 있는 동일한 정치체로 보고 위만이 통치하는 조선과 구별하기 위해 접두사로 고자를 붙여 조선이라 한 것입니다.

   이런 비슷한 구분은 제왕운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제왕운기에선 단군이 세운조선을 전조선 기자가 다스리는 조선을 후조선 위만이 찬탈한 조선을 위만조선이라 구분지었습니다.

   이처럼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역사용어도 찬찬히 뜯어보고 분석하면 생각지 못했던 사실을 깨달을수 있습니다.  한가지를 보고 여러가지를 아는 것이 지적 즐거움이 아닌가 합니다.

by 동두철액 | 2019/02/05 17:14 | 잡상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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